전시서문 2024
'조우, 두 개의 시선' 전시서문
신희원(갤러리도올 큐레이터)
조은정의 그림 안에는 사물들이 관찰된다. 자연을 중심으로 건물이 있고 인물과 어울리는 연출이 풍경의 범주 내에서 어떠한 것을 보여준다. 은유의 상징에서 사물들은 소설이 창작되듯이 작가의 주관적 시선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질적으로 섞기보다 평면 안에서 어울린다. 하지만 이내 모호한 분위기로 일관된 맥락보다 낯설고 허구적으로 연결된다.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트릭 같은 성격에서 의외의 만남은 곳곳을 비춘다. 시선을 멀리 두거나 근접해 바라보는 상황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서로 개연성을 갖으려 한다. 분출이라던가 끊임없이 떨어지는 공간 안의 움직임은 최근 자제되고 평면에서 사물이 집중되는 성격에서 형상을 보여준다. 물결 위에 모래성이 있는가 하면 호수 안에 잠수부가 표현하는 움직임은 방향을 암시할 뿐이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처럼 낮과 밤이 공존되는 상상의 바람으로 일상과 기억은 감각이 되어 돌아온다. 쌓이는 시간만큼 공간 안에 사물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만들고 싶은 이야기도 풍성 하지만 원인에 따른 결과, 사건은 보이지 않는다. 재현이 드러나지만 현실을 살짝 비튼 구성으로 그림에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균형 잡기를 보여주려 한다. 흔들리다 다시 고요해지며 평정심을 찾는 내용으로 트라우마는 없다. 감지되지만 뭐라 설명되지 않는 느낌이 조은정의 그림 안에 사물들로 집결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로서 예술가의 성격에서 현실을 보여준다. 몽환적인 분위기가 밝지만 이내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 확연하게 밝히려던 바람은 무의식의 잔재처럼 쌓인다. 장면은 어디 즈음 경계에 서 있는 작가 자신이 발견된다.
작가의 작업은 불안이 전제된다. 두려움과 긴장, 낯섦 등이 섞여 찾아오는 다양한 감정을 평면에 사물들로 구체화 한다. 삶을 살아가는 한 형태로 극복되다가도 새로운 것과 만나면 다시 변화되는 그 무엇을 찾아내려 한다. 때로는 나란 존재를 살피면서 있는 그대로 현실들을 객관화 한다. 결핍과 충족이 욕망으로 이어질 때 불안은 얼마만큼인가. 그림은 작가만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혼자서 살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서사도 찾아낸다. 서로가 알지 못하더라도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를 보여 주기에 사물들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상황을 연출한다. 차분히 작가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공간을 들여다본다. 사회의 규제가 없었다면 무의식의 발견도 없었을 터이다. 이성과 신념, 욕망은 우리라는 범주로 나아가 사회라는 거대함도 만들었지만 갈수록 개인의 설자리는 작아진다. 그 속에서 인간은 어찌 살아야 할까. 작가의 사유의 깊어진다. 안개를 걷어내면 비로소 볼 수 있을까. 몽상가는 이번에 잠수부로 변화해 인생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누가 인생을 고해苦海라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은 결국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서 나온다. 예측되지 않는 앞날의 희망을 걸고 움직인다. 작가의 그림은 삶과 연관된 것들을 화려한 분위기로 무장시켜 내면을 잠재운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어쩔 수 없는 운명 앞에 놓임을 알고 그림으로 설득 중이다. 현실을 잘 받아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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