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 오르빗 (2026)
Orbit Series는 마음의 균형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상태에서 성립하는지를 탐구하는 회화 연작이다. 이 시리즈에서 균형은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는 상태로 정의되며, 서로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은 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 따라서 이러한 간격은 단순한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각자가 무너지지 않고 남아 있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 작품 안에서 이러한 거리의 유지는 행성들 사이의 간격과 배치를 통해 드러난다.
이 시리즈에서 ‘궤도(orbit)’는 거리가 유지되는 원리를 시각화하기 위한 개념적 장치다. Orbit Series는 천문학적 궤도에서 일정한 간격이 지속되는 원리만을 차용하되, 하나의 절대적 중심은 두지 않는다. 대신 어떤 장면에서는 국소적 중심이 형성되기도 하고, 다른 장면에서는 중심 없이 여러 행성들 사이의 간격만이 전면에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심의 존재 여부보다 행성들 사이에 형성되는 거리 관계다. 따라서 Orbit Series의 궤도는 중심을 도는 선이 아니라, 그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행성의 형상 역시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그러한 힘이 행성들 사이의 거리를 형성하는 방식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작품 안의 행성들은 사람이나 감정으로 읽히며, 이를 통해 사람–사람, 자아–감정, 감정–감정 사이에 형성되는 거리의 상태를 다룬다. 서로 가까이 놓이거나 밀집한 행성들은 경계가 흔들릴 가능성을 암시하고,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행성들은 각자의 경계를 잃지 않은 채 공존할 수 있는 상태를 드러낸다. 이처럼 Orbit Series는 개별 행성보다 그 사이에 유지되는 거리의 상태를 통해, 균형이 어떻게 성립하고 드러나는지를 탐구한다.
이 균형은 장면의 규모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다. 궁전, 초현실적 실내, 큰 풍경, 계단, 물 위의 공간과 같은 거대 장면은 행성들 사이의 간격과 배치를 통해 균형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 장면들에서 행성은 사람처럼도, 감정처럼도, 관계의 자리처럼도 읽히며, 내면의 상태와 사회의 구조를 함께 드러낸다. 반면 그릇, 책상, 침대, 창가에 놓인 작은 행성들은 행성들 사이의 거리가 전면에 드러나기보다, 균형을 일상의 규모 안에서 찾아내게 하는 장면에 가깝다. 일상의 장면들은 균형이 거대한 구조 속에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도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Orbit Series는 하나의 이상적인 균형이나 고정된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관계마다 유지되어야 하는 적절한 간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균형은 하나의 고정된 거리로 결정되지 않으며, 각각의 관계 안에서 다르게 형성된다. 이 시리즈에서 ‘적당한 거리의 유지’는 균형을 정의하는 방식이며, 그 균형은 절대적이거나 불변하는 상태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 속에서 계속 다시 맞추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