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2022
'생경하게 빛나는' 전시서문
김정대 (인디프레스 대표)
신비함은 익숙하지 않고 경험하지 못한 사태를 직면하고는 그 순간이 인지자의 이상적 관념과 연동되었을 때 발생하는 듯합니다. 상상력이 확장되면서 예측을 넘어선 실체를 의식하였을 때 쾌를 동반한 전율 같은 것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그 신비감은 ‘낯선’이라는 첫 전조로부터 증폭 되어 지기가 십상이라고 봅니다.
78년생 조은정 작가는 생의 한가운데 서서 그러한 전조를 포착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는 듯합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수많은 이미지와 이슈의 틈 속에서 작가는 생경하게 빛나는 한 순간을 응시하는 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희미해져가는 기억의 아름다움” 혹은 “시간은 순식간에 치타처럼 지나간다”라는 작가노트에 씌여진 언어적 의미들은 고스란히 그림으로 표현되어지곤 하는데 다양한 비유법을 사용하여 그 형태의 의미들을 환기시키는 방식이 특징적입니다. 즉 풍경이나 사물이 가지는 직접적인 미감을 전달하려는 의도보다는 “희미한, 순식간” 등의 측정 가능한 인식이나 감성의 용량을 표현하기 위한 매체로서 그들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용량의 표현이 스스로도 객관적이길 바라고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균형’이라는 개념을 장치하고는 비유의 과도한 비약을 경계하며 이미지의 왜곡보다는 사실적인 재현에 바탕을 둔 의식의 섬세한 도약이라는 쉽지 않은 탐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작가의 그림 그리기는 언어적 인식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그 인식이 작가 자신뿐 아니라 관객들의 보편한 성찰을 일깨우는 지점으로 향하고 있는데 일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미덕이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을 그렸냐보다는 무엇과 무엇이 그려졌는데 그들이 이루어내는 관계가 관심사이고 그 관계는 작가의 심리적 상태를 반영한 사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신념이나 철학이 스며들기도 하겠지요. 유년기와 청년기의 집중했던 수련이 엿보이는 구사능력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며 터득한 통찰을 담아보려는 작가의 의지는 자연스럽게 화면으로 드러나고 상황과 사물이 이루어내는 관계를 향한 화가의 응시는 현실을 순간적으로 벗어나게 하는 착시감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착시는 미술가들이 오랫동안 오감을 곤두세워 탐색하였던 회화의 신비한 영역이었습니다.
언어영역에서 명사 형용사 동사 등은 형상을 떠올릴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자체적으로 존립할 수 없는 조사는 의외롭게도 형태의 관계를 규명하게 하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키워드가 조은정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끄는 키워드일 것임을 예감해 보면서 진하고 연한, 딱딱하고 부드러운, 굵고 가느다란, 길고 짧은 등등 이미지의 근간을 이루는 조형요소들에 개입하면서 작가가 그토록 유념하는 밸런스를 어떻게 표현해내는 지가 새삼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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