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2023
‘It is everywhere’ 전시서문
신희원(갤러리도올 큐레이터)
예술작품은 무엇을 남긴다. 구체적 일 것 같지만 실체도 없는 것이 개인의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물로서 갈수록 모호해진다. 현실을 사는 순간 정확한 기억이 사라져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있다. 이것이다 정의 내릴 수 없는 오늘을 살면서 현대예술을 일상과 접목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어제가 아닌 오늘의 관점에서 작품들을 접하고 감상한다는 것은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지만 쉽게 정의되지 못하는 이해가 더 요구되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본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관찰 너머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는 과정이 지금 예술을 접하는 태도로서 필요하다. 무엇을 알아 간다는 것은 무한하다. 누구의 생각, 잠재된 무의식이 어느 날 자연스레 밖으로 나오는 것이니 형상이 사실적이어도 그대로 볼 수 없다. 외부로 나온 형태가 구체적이지 않아도 생생하게 전달받는 느낌이 오늘의 예술이다. 작품의 탄생 과정엔 작가의 생각이 일상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하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진행형은 고정될 수 없는 시각이다. 실존의 범주에서 창작인의 시각은 섬세할 수밖에 없다. 어떤 걸 느끼고 받아들이는 감성이 작품이 되는 것이니 누구나 라는 틈 속에서 공감을 받아야 하며 색다른 이야기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 얼마만큼 되느냐가 관건이다. 감동도 있어야 하며 상상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 예술작품이란 결국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어떠한 것을 찾아 의미를 부여해 내는 것이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금의 작품들을 바라보고 싶다. 창작인의 생각이 형상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평면의 작업을 펼쳐온 순호, 조은정 작가를 초대해 무엇이 예술작품 되는지 고민하며 회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 한다.
순호의 작업 안에는 자연이 있다. 늘 경험하는 관찰의 대상이지만 평면에는 구체적 재현을 두지 않는다. 서로 관계 맺는 현실들이 싹을 틔우고 죽음의 경계에서 순환되는 자연을 기억하여 물감층으로 완성되는 추상이다. 내면과 연결되는 하루를 생각하며 작업에 임한다. 흐렸다가 짙어지고 스며들어 다시 붓터치가 표현되는 그 자체가 형상이 되어 평면은 드러난다. 무엇이다라는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창작을 한다는 자체가 개인의 사유를 전제하기에 그에게 일상은 중요하며 특별한 것이 없더라도 삶을 지탱하는 자세로서 자연에 투영된 시각이 평면에 나타난다. 여러 해 동안 제주도의 자연을 살피며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이 일정한 범주를 제시하지만 매일을 살아간다는 것은 의외의 장소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느낌을, 때로는 즐거움이 추상으로 나타난다. 부드럽던 촉감이 어느새 단단해져 평면 안에 색은 강렬해진다. 유화의 질감이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온몸으로 기억된 자연을 평면에 보여준다. 어느 날 확인되는 무의식의 잔재처럼 풍경 같기도 한 조형적 언어로 재현되지 않음은 지금의 회화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눈으로 발견할 수 없는 입자의 파동이 만들어내는 양자역학의 에너지가 물결쳐 상호적 순환의 물질이 증명됨은 예술가들에게 외형보다 사유로서 축약되어 나오는 감성의 형상을 표현하게 했다. 보이지 않지만 확인 하려는 바람이 있다. 순호의 작업은 거시적 흐름과 미시적 흐름을 동시에 포착해 내려는 노력이 있다. 인간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미칠까. 과학은 또 무엇을 발견할까. 의문과 생각이 이어진다. 분명한 것은 작가가 해온 작업이 개인의 일상에서 나타난 것이지만 평면 안 물감층은 거대한 자연과 지금의 물리학이 제공되는 상식이 밑받침되었다. 인간으로서 자유의지로 행하는 물질의 변화가 영향을 미쳐 세상으로 들어갈 때 작가의 통찰로서 작품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조은정의 그림은 사물들이 관찰된다. 자연을 중심으로 건축물이 있고 인물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연출의 결과가 풍경의 범주 내에서 어떠한 것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에서 관찰은 중요하다. 은유의 상징에서 사물들은 소설이 창작되듯 작가의 주관적 시선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질적으로 섞기보다 풍경에서 어울린다. 짙은 색감을 전제로 아름답지만 어둡고 진지하다 싶으면 유머러스한 것이 고정되지 않는 시각으로 드러난다. 화려하다 이내 차분해지는 분위기의 그림들은 경계를 바탕으로 표현된다. 재현은 현실과 그 너머의 이야기이며 경계가 멀지 않음을 미묘한 느낌으로 전달한다. 일어났거나 일어나지 않았을 선택의 시점에서 장면들이 형성된다. 경험했지만 숨어있다 드러나는 감정에서 불안을 극복하는 과정이 초현실을 빌어 표현된다. <밤의 호수>에서 비행기는 착륙인가, 날기 위한 준비인가. 잠수부의 형상은 화면 중심에서 평정심을 찾은 것일까. 정확한 것은 없다. 정서는 극복되다가 또 다른 대상과 만나면 새롭게 일어나는 것이니
생각해 보면 현대 예술 자체가 갈등의 연속이다. 개인의 일상이 작품으로 오기까지 역사는 정치와 예술을 하나로 만들며 문화 안 코드로서 사물들을 범람케 하였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마그리트의 작품 안 역설은 예술가들에게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인지능력의 한계를 넘는 계기로서 창작인의 사유는 깊어진다. 보다 사실적이며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위해 재현은 현실 너머의 이야기와 만나며 새로운 장르가 된다. 현대미술이 범주도 없으며 정답도 없는 난해함이 여기서 온다. 작가의 그림은 현실과 환상이 꿈의 실현과 욕망의 한계점에서 만나 재현되는 희열이 현실과 어울려 완성한 풍경이다. 오늘의 결정이 내일 변화되는 양상 속에서 개인은 얼마만큼 현실을 확인하며 살 수 있을까. 예술은 그러한 불만을 드러내며 작품이 된다. 비록 외면받을지라도 언젠가는 소통되길 바라며.
작가는 회화로서 꿈꾼다. 결론적으로 이것이다 안착되다가도 이내 다른 성격으로 전환되는 생각은 압축되어 형상이 된다. 가치관이 어디에 있는지 묻기보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레 지속되는 삶을 확인한다.
순호 Leaves spill_oil on canvas_60.6x72.7cm_2023
조은정_밤의 호수 Lake of the Night_2023_Acrylic, Oil on canvas, 91 x 91 cm (5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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